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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준비

디지털 유산 정리 — 계정·사진·구독, 남길 것과 지울 것

사람이 떠나도 계정은 남습니다. 사진첩은 그대로 있고 구독료는 계속 빠져나가지만, 그것을 정리할 권한은 아무에게도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유족이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 주요 서비스의 대응, 생전에 해둘 수 있는 준비를 정리했습니다.

바리길 편집팀

세상을 떠난 뒤에도 계정은 남습니다. 클라우드에 사진 수천 장이 쌓여 있고, 구독료는 매달 빠져나가고, 메신저 프로필은 그대로 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정리할 권한은 아무에게도 자동으로 넘어가지 않습니다.

이 글은 두 사람을 위한 것입니다. 내가 떠난 뒤 남을 것을 미리 정리해 두려는 사람, 그리고 고인의 계정 앞에 막혀 선 유족. 순서가 다를 뿐 벽은 같습니다.

법은 아직 살아 있는 사람만 지킵니다

「개인정보 보호법」이 말하는 개인정보는 "살아 있는 개인에 관한 정보"입니다(제2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도 같은 전제 위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고인 본인의 정보에 대해서는 이 법들의 보호·승계 규정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계정 안에 남은 다른 사람의 정보, 저작물, 금전적 가치가 있는 것들은 각각 다른 법률과 약관의 문제로 남습니다. 유족이 무엇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한 줄로 정해져 있지 않은, 비어 있는 영역입니다.

그 빈칸은 각 회사 약관과 업계 자율 규약이 채웁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참여하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2014년부터 정책규정에 사망자 계정 처리 기준을 두었습니다.

  • 회원사는 상속인에게 계정 접속권을 원칙적으로 제공하지 않습니다(제28조 제1항). 아이디·비밀번호는 나오지 않습니다.
  • 다만 사이버머니처럼 경제적 가치가 있는 디지털 정보는 관계 법령과 약관에 따라 제공될 수 있습니다(제28조 제2항).
  • 유족은 계정 폐쇄를 요청할 수 있고, 회사는 스스로 정한 범위에서 공개된 게시물의 백업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제29조). 백업은 보장된 권리가 아니라 회사가 제공할 수 있는 사항입니다.

여기서 '공개된'이 중요합니다. 주고받은 메시지, 비공개 글, 잠가둔 사진첩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유족이 지금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할 수 있는 것할 수 없는 것
사망 사실을 증명해 계정 폐쇄·탈퇴 요청아이디·비밀번호를 받아 로그인
회사가 정한 범위에서 공개 게시물 백업 요청주고받은 메시지·비공개 기록 열람
추모 상태로 전환(제공하는 서비스에 한함)계정을 상속받아 이어 쓰기

준비물은 대체로 사망 사실이 기재된 가족관계증명서 또는 기본증명서, 신청인 신분증 사본, 고인의 계정 정보입니다. 서류와 접수 경로는 곳마다 다릅니다.

한 가지 더. 사망 후 재산을 조회하는 안심상속 원스톱서비스는 금융·부동산·세금 같은 재산 항목을 조회하는 제도입니다(전체 조회 범위는 정부24 안내 기준). 포털·메신저·클라우드 계정은 조회 대상이 아니어서 회사별로 따로 연락해야 합니다. 사망 직후의 순서는 사후 절차 체크리스트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주요 서비스는 지금 어떻게 하고 있나

2026년 8월 각 회사 공식 문서에서 확인한 내용입니다. 정책은 자주 바뀌니 신청 전에 다시 확인하세요.

카카오 — 추모 프로필

카카오는 고객센터에 "고객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고인의 카카오계정 및 데이터를 유족에게 제공하지 않습니다"라고 명시합니다. 대신 직계가족이 신청하면 추모 프로필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 이름과 프로필·배경 사진이 유지되고, 프로필이 '(알 수 없음)'으로 바뀌지 않습니다. 기존 채팅방의 대화 내용도 참여자들에게는 그대로 남습니다 — 유족에게 과거 대화가 제공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 1:1 채팅방으로 추모 메시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메시지 수발신, PC·태블릿 로그인, 그룹채팅 참여는 제한됩니다.
  • 기본 5년, 연장하면 최대 10년 유지 후 자동 탈퇴됩니다. 한번 전환하면 되돌릴 수 없습니다.

2024년 1월부터는 본인이 생전에 전환 여부를 미리 정하거나 거부해 둘 수 있고, 대리인을 지정해 마지막 편지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구글 — 비활성 계정 관리자

정해둔 기간 로그인이 없으면 미리 지정한 최대 10명에게 선택한 데이터를 전달하거나 계정을 삭제하도록 예약하는 기능입니다. 사람마다 다른 데이터를 줄 수 있습니다.

설정이 없었다면 유족은 구글의 고인 계정 요청 절차로 계정 폐쇄, 잔여 자금, 데이터 회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구글은 "비밀번호 또는 기타 로그인 세부정보는 제공할 수 없습니다"라고 못 박아 두었고, 건별 심사여서 승인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여기에 2년 이상 쓰지 않은 계정과 데이터를 삭제할 수 있다는 정책도 있습니다. 그대로 두면 사진이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애플 — 유산 관리자

애플이 제공하는 유산 관리자(Legacy Contact) 기능입니다. 지정된 사람은 액세스 키와 사망 증명서를 함께 제출해야 접근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사진·메시지·메모·파일·기기 백업 등이 포함되고, 접근할 수 없는 정보도 있습니다. 여러 명을 지정할 수 있는데 누구든 단독으로 데이터를 영구 삭제할 수 있으니 신중하게 고르세요.

액세스 키가 없으면 이 경로는 열리지 않습니다. 지정만 하고 키를 전달하지 않으면 없는 기능이나 같습니다. 메뉴 경로와 지정 인원은 운영체제 버전에 따라 다르니 애플 지원 문서를 보며 진행하세요.

네이버 등 그 밖의 서비스

네이버를 비롯한 나머지 서비스의 2026년 8월 현재 유족 대응 정책은 공식 문서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정책은 회사마다 다르고 수시로 바뀝니다. 각 서비스 고객센터에서 확인하세요.

구독은 사람이 떠나도 멈추지 않습니다

자동결제는 사망 사실을 알지 못합니다. 카드가 정지되기 전까지 청구는 계속되는데, 유족은 로그인할 수 없어 앱에서 해지할 수도 없습니다. 각 서비스 고객센터에 사망 사실을 알려 해지를 요청하거나 결제 수단 쪽(카드사·통신사)에서 정리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느 쪽이든 "어떤 구독이 걸려 있는지" 목록이 있어야 시작됩니다. 없으면 카드 명세서를 몇 달치 훑어야 합니다.

포인트·사이버머니는 예외적으로 상속인에게 제공될 여지가 있지만, 실제 처리는 약관에 달려 있습니다. 곳마다 다릅니다.

생전에 할 수 있는 준비

1. 계정 목록을 만듭니다 — 비밀번호는 빼고. 서비스 이름, 가입에 쓴 이메일이나 전화번호, 유료 여부. 이 세 가지면 유족이 각 회사에 연락할 수 있습니다. 쓰지 않는 구독은 이때 해지합니다.

2. 남길 것과 지울 것을 나눕니다. 넘기고 싶은 사진첩,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대화방, 정리해도 되는 오래된 계정. 이 구분은 본인만 할 수 있습니다. 미루면 유족이 대신 판단하는데, 그때는 판단할 정보가 없습니다.

3. 플랫폼이 주는 기능을 미리 켭니다. 구글의 비활성 계정 관리자, 애플의 유산 관리자, 카카오의 추모 프로필 사전 설정. 셋 다 살아 있는 동안에만 켤 수 있습니다.

4. 사진은 계정 밖으로 한 벌 빼둡니다. 가장 확실한 대비입니다. 외장 하드나 가족 공용 저장소에 사본이 있으면 계정 접근 문제 자체가 사라집니다.

5. 가족이 볼 수 있는 곳에 둡니다. 머릿속에만 있으면 없는 것과 같습니다. 계정 목록을 한 장으로 정리해 두고, 장례 형식 같은 다른 결정을 담은 우리 가족 장례 계획서 인쇄본과 같은 곳에 보관해 두면 필요한 순간 가족이 함께 찾습니다.

비밀번호를 종이에 적어 두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유언장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두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권하지 않습니다.

  • 자필증서·비밀증서 등 일부 유언은 사망 후 법원의 검인 절차를 거칩니다. 비밀번호를 담아 두기에 적합한 문서가 아닙니다.
  • 비밀번호는 살아 있는 동안 계속 바뀝니다. 적어둔 종이는 적은 날부터 낡기 시작합니다.
  • 2단계 인증이 걸린 계정은 비밀번호만으로 열리지 않습니다. 고인의 휴대전화가 해지되면 인증번호도 받을 수 없습니다.
  • 계정은 약관상 타인에게 넘어가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유족이 고인의 자격증명으로 로그인하는 행위의 법적 평가에 관해 확립된 기준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더 나은 방법은 자격증명이 아니라 경로를 남기는 것입니다. 앞의 3번처럼 플랫폼의 사전 지정 기능을 켜두면 비밀번호를 적지 않고도 필요한 것이 전달됩니다. 일부 비밀번호 관리 프로그램에도 비슷한 기능이 있습니다(제품마다 다릅니다). 꼭 물리적으로 남겨야 한다면 접근 정보는 계정 목록과 분리해 보관하세요.

입법은 아직 국회에 있습니다

22대 국회에는 유족이 고인의 디지털 정보를 확인할 근거를 두자는 안, 생전에 '계정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해 두면 사망·실종 시 정해진 범위에서 접근하게 하자는 안(2025년 4월 7일 유동수 의원안) 등 관련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습니다.

이 법안들은 2025년 8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위원회에 회부된 뒤 계류 중입니다(2026년 4월 보도 기준). 2026년 3월 12일 통과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침해사고 대응·정보보호 거버넌스·불법 스팸 규제가 골자였고 디지털 유산 조항은 없었습니다. 그 이후의 처리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적어도 확인된 범위에서는, 유족의 권리를 정면으로 규정한 법이 아직 없습니다. 가장 확실한 길은 각 회사가 제공하는 생전 설정 기능이고, 사후에는 서비스별 유족 요청 절차가 일부 남아 있을 뿐입니다. 이 글에서 한 문장만 남긴다면 그것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상속재산의 범위나 고인의 데이터에 대한 권리관계처럼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은 변호사와 상담하세요. 각 서비스 정책은 수시로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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