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치료 포기 각서'가 아닙니다
349만 명이 등록한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처음부터 정리했습니다. 무엇을 적는 문서인지, 무엇이 아닌지, 19세 이상이면 어디서 어떻게 쓰는지, 온라인 등록은 가능한지(2026년 8월 기준), 연명의료계획서와 무엇이 다른지 확인된 사실만 담았습니다.
바리길 편집팀
"연명의료는 받지 않겠다"는 뜻을 건강할 때 미리 문서로 남겨두는 제도가 있습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입니다. 2026년 8월 11일 확인 기준 약 349만 명이 등록했습니다(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lst.go.kr 누적 통계 — 수치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2018년 2월 제도가 시작된 뒤 2025년 8월에 300만 명을 넘었고, 그로부터 1년 사이 다시 50만 명 가까이 늘었습니다.
이름이 길고 어렵습니다. 그래서 "말은 들어봤는데 뭘 어디서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하시는 분이 많습니다. 하나씩 풀어보겠습니다.
무엇을 적는 문서인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줄여서 연명의료결정법)에 근거한 문서입니다. 19세 이상이면 누구나 쓸 수 있습니다. 지금 아픈 곳이 없어도 됩니다.
적는 내용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 연명의료중단등결정에 대한 의사 — 임종과정에 들어갔을 때 연명의료를 받을 것인지에 대한 내 뜻입니다.
- 호스피스 이용 의향 —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이용할 뜻이 있는지도 같은 문서에 함께 적습니다.
여기서 연명의료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게 하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을 말합니다. 이후 체외생명유지술(ECMO),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가 추가됐습니다. 공통점은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시술이라는 점입니다.
'치료 포기 각서'가 아닙니다
가장 흔한 오해입니다. 이 문서를 쓰면 병원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않는 것 아니냐는 걱정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법은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을 이행하는 경우에도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행위와 영양분 공급, 물 공급, 산소의 단순 공급은 시행하지 않거나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못 박고 있습니다(제19조제2항). 즉 통증을 완화하는 진료, 그리고 영양분·물·산소의 단순한 공급은 중단 대상이 아닙니다.
효력이 생기는 시점도 좁습니다. 문서를 쓴 그날부터 치료가 줄어드는 것이 아닙니다. 담당의사와 해당 분야 전문의 1명이 "회생 가능성이 없고 사망에 임박했다"고 판단한 임종과정에 들어갔을 때, 그때 비로소 내 뜻으로 확인됩니다. 그전까지는 평소와 똑같이 치료받습니다.
어디서, 어떻게 쓰는가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등록기관에 직접 방문해야 합니다. 2025년 12월 기준 전국 819곳입니다(보건복지부 2026년 6월 보도자료). 보건소, 의료기관, 노인복지관, 비영리법인·단체, 공공기관 등이 지정돼 있습니다.
- 등록기관을 찾습니다.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 홈페이지(lst.go.kr)의 '등록기관 지역찾기'에서 사시는 곳 근처를 검색할 수 있습니다.
- 전화로 확인한 뒤 방문합니다. 사전예약이 필요한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 곳마다 다릅니다. 미리 전화해보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 신분증을 지참합니다.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증표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 상담자의 설명을 듣고 본인이 작성합니다. 서면에 직접 쓰거나 태블릿으로 작성합니다.
작성 비용은 없습니다. 등록기관에서 작성 비용을 요구한다면 보건복지부 지정 기관이 아닐 수 있으니, 방문 전 lst.go.kr에서 지정 여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의사결정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본인이 직접 작성하지 않았거나, 자발적인 의사가 아니거나, 법에서 정한 설명을 듣지 않고 작성한 경우에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자녀가 부모님의 뜻을 대신 정해 써드릴 수 없다는 뜻입니다. 다만 몸이 불편해 직접 쓰기 어려운 경우 등록기관이 본인 의사를 확인하면서 작성을 도울 방법이 있는지, 방문 전에 전화로 문의해 보시기 바랍니다.
온라인으로 쓸 수 있나요 — 2026년 8월 기준
아직 아닙니다. 2026년 8월 현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여전히 등록기관을 방문해 대면으로 작성해야 합니다.
다만 방향은 정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6월 2일 국가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에서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의 2026년 시행계획을 확정하면서,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온라인으로도 등록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고 법령을 정비한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보도자료 제목 자체가 "개선 추진"입니다. 구체적인 시행 시점은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작성이 이미 가능한 것처럼 읽히는 기사가 일부 보이지만, 2026년 8월 기준 공식 안내는 방문 작성입니다.
이미 시행된 편의 개선도 있습니다. 모바일 등록증은 2025년 6월부터 발급이 시작됐습니다(보건복지부 2026년 6월 보도자료 기준). 실물 등록증의 발급 대기와 분실 우려를 덜기 위한 것입니다. 다만 기관별로 어떻게 안내하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으니, 작성하실 때 상담자에게 직접 물어보시기 바랍니다.
한 번 쓰면 못 바꾸나
언제든지 바꾸거나 철회할 수 있습니다(제12조). 마음이 바뀌면 그것으로 됩니다. 처음 작성한 기관이 아니어도 됩니다. 보건복지부 지정 등록기관이면 어디서든 가능하고, 등록기관의 장은 지체 없이 의향서를 변경하거나 등록을 말소해야 합니다.
등록한 내용은 연명의료 정보처리시스템에 보관되며, 본인은 lst.go.kr이나 가까운 등록기관에서 조회할 수 있습니다.
연명의료계획서와 무엇이 다른가
이름이 비슷해 헷갈립니다. 다른 문서입니다.
| 사전연명의료의향서 | 연명의료계획서 | |
|---|---|---|
| 누가 쓰나 | 19세 이상 본인 | 담당의사가 환자의 뜻에 따라 |
| 대상 | 건강한 사람 포함, 누구나 | 말기환자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
| 언제 | 아프기 전에 미리 | 진단·판단을 받은 뒤 |
| 어디서 | 등록기관 방문 | 의료기관윤리위원회가 설치된 의료기관 |
두 문서가 다 있으면 나중에 작성된 연명의료계획서가 우선합니다. 미리 써둔 의향서는 효력을 잃습니다. 병상에서 내린 가장 최근의 판단을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2026년 8월 11일 확인 기준 연명의료계획서 등록은 약 20만 5,000명, 실제로 연명의료중단등결정이 이행된 사례는 약 53만 건입니다(lst.go.kr 누적 통계).
쓰기 전에, 가족과
문서 한 장으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정작 그 순간이 오면 의료진은 가족에게 묻고, 가족은 "그런 얘기는 들은 적 없는데"라며 당황합니다. 써두었다는 사실 자체를 알려두는 것이 문서만큼 중요합니다.
무엇을 어떤 순서로 정리해야 할지 막막하시다면 생전 준비 가이드에서 전체 그림을 먼저 보시기 바랍니다. 가족과 나눌 이야기를 한 장으로 정리하고 싶으시다면 우리 가족 장례 계획서를 함께 써보시면서 대화를 시작하셔도 좋습니다. 회원가입이 없고 입력한 내용을 서버에 저장하지 않으며, 인쇄해서 가족과 나눠 가지실 수 있습니다.
서두를 일은 아닙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가족과 이야기한 뒤, 원하실 때 가까운 등록기관을 찾으시면 됩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의료·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연명의료결정제도의 적용은 환자의 상태와 의학적 판단에 따라 달라집니다. 본인이나 가족의 구체적인 상황은 담당 의료진, 그리고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lst.go.kr) 또는 가까운 등록기관의 상담자와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